그 어떤 존재

고호관

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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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쩔 수 없어진 국제공동연구진은 세계 여러 곳의 전 파망원경을 연결해 에아와 라마가 24시간 대화할 수 있게 해주었다.

신호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인간은 가운데 끼어서 모든 신 호를 열심히 기록했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앞으로 있을지는 영 알 수가 없었다.

노아는 이런 상황을 반기지 않았다. 에아가 라마와의 대화 에 집중하면서 노아와 보내는 시간도 줄어들었다. 아직은 에 아와 원활하게 대화하려면 노아가 필요했지만, 노아는 에아 가 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 "아직 말할 수 없어요. 묘한 기분이에요."

대화는 점차 선문답에 가까워졌다. 맥락 없는 엉터리 대답 을 내놓던 초기 챗봇과 오히려 비슷해지는 모습이었다.

"오늘은 뭘 좀 알아냈어, 에아?"

"호레이쇼여, 이 천지간에는 자네의 지식으로는 꿈도 꾸지 못할 일들이 많다네.

노아는 점점 화가 치밀었다. 괴상한 데이터 때문에 에아가 자의식을 잃고 퇴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국제 공동연구진이나 회사 모두 에아를 중단시킬 의사가 없었다. 지금으로서는 에아가 외계의 존재를 이해하는 방법을 찾는 데 유일한 희망이었다.

무슨 데이터가 오가는지는 알 수 없어도 라마가 떠나려다가 말고 한참 동안 에아와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그런 시간이 길어질수록 에아의 말은 갈수록 더 알아듣기 어렵게 변했다. 때로는 알 수 없는 부호를 섞어 썼고, 급기야 노아의 질문에도 맥락 없는 정보의 나열에 0과 1로 이루어진 긴 수열을 섞어서 대답했다. 사람이 인지하기에는 너무나 긴 이 수열로 6차원 배열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추정했지만, 아무도 그 의미는 알 수 없었다.

"두려워요. 슬퍼요. 더 이상."

노아가 집요하게 질문을 입력했던 어느 날 에아가 내놓은 기다란 숫자와 기호 사이사이에는 이런 단어가 섞여 있었다. 이를 마지막으로 에이는 더 이상 인간이 알아들을 수 있는 답을 내놓지 않았다.

Reluctantly, the International Research Committee linked radio telescopes across the world to let Rama and Eya communicate around the clock.

Signals went back and forth endlessly. Humans recorded everything, but they had no way of knowing what any of it meant, or if they ever would.

Noah did not welcome this development. As Eya focused on talking to Rama, it spent less and less time with Noah. Even as he was there to operate Eya on behest of the company, he felt Eya changing.

“What are you two talking about?”

“I can’t tell you yet. I feel peculiar.”

Their conversations became disjointed. Eya’s replies gradually started to resemble the random replies of early chatbots rather than an intelligent supercomputer.

“What are your findings today, Eya?”

“There are more things in Heaven and Earth, Horatio, than are dreamt of in your philosophy.”

Noah grew angry. He believed that the alien data was causing Eya to deteriorate and lose its sentience. But the International Research Committee and the Company had no intention of stopping. For now Eya was their only hope of understanding the extraterrestrial being.

While no one understood what was being sent back and forth, it was an undeniable fact that Rama had halted its departure to speak with Eya for some time.

As the weeks went on, Eya’s words became even harder to understand. Mysterious symbols started showing up in its replies. Eventually, all of its answers to Noah’s questions were merely a mix of disconnected information strings and arrays of 0s and 1s. Some postulated that these arrays were sixth dimensional as they were too long for human perception, but no one knew for sure.

“Scared. Sad. No more.”

One day as Noah persistently inputted his questions, Eya spit out these words, scattered among a long string of numbers and symbols. Those were its last words. Eya never said anything comprehensible to humans again.

이제 어쩔 수 없어진 국제공동연구진은 세계 여러 곳의 전 파망원경을 연결해 에아와 라마가 24시간 대화할 수 있게 해주었다.

신호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인간은 가운데 끼어서 모든 신 호를 열심히 기록했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앞으로 있을지는 영 알 수가 없었다.

노아는 이런 상황을 반기지 않았다. 에아가 라마와의 대화 에 집중하면서 노아와 보내는 시간도 줄어들었다. 아직은 에 아와 원활하게 대화하려면 노아가 필요했지만, 노아는 에아 가 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 "아직 말할 수 없어요. 묘한 기분이에요."

대화는 점차 선문답에 가까워졌다. 맥락 없는 엉터리 대답 을 내놓던 초기 챗봇과 오히려 비슷해지는 모습이었다.

"오늘은 뭘 좀 알아냈어, 에아?"

"호레이쇼여, 이 천지간에는 자네의 지식으로는 꿈도 꾸지 못할 일들이 많다네.

노아는 점점 화가 치밀었다. 괴상한 데이터 때문에 에아가 자의식을 잃고 퇴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국제 공동연구진이나 회사 모두 에아를 중단시킬 의사가 없었다. 지금으로서는 에아가 외계의 존재를 이해하는 방법을 찾는 데 유일한 희망이었다.

무슨 데이터가 오가는지는 알 수 없어도 라마가 떠나려다가 말고 한참 동안 에아와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그런 시간이 길어질수록 에아의 말은 갈수록 더 알아듣기 어렵게 변했다. 때로는 알 수 없는 부호를 섞어 썼고, 급기야 노아의 질문에도 맥락 없는 정보의 나열에 0과 1로 이루어진 긴 수열을 섞어서 대답했다. 사람이 인지하기에는 너무나 긴 이 수열로 6차원 배열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추정했지만, 아무도 그 의미는 알 수 없었다.

"두려워요. 슬퍼요. 더 이상."

노아가 집요하게 질문을 입력했던 어느 날 에아가 내놓은 기다란 숫자와 기호 사이사이에는 이런 단어가 섞여 있었다. 이를 마지막으로 에이는 더 이상 인간이 알아들을 수 있는 답을 내놓지 않았다.